후기를 쓰기엔 약간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어제 저녁 오독오독한 연근조림을 먹으며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갑작스런 한기에 놀라 아이의 여벌옷으로 두둑한 가방을 안고 버스에 올랐네요..
생각보다 어린아이들이 많을 걸 보고 좀 크면 데리고 다녀야지 하고 미룬 저를 반성하며ㅋㅋ..
준비해주신 따끈한 백설기를 먹으며 창 밖을 내다보는데, 본가가 남쪽나라라 얼마전 지났던 길 인데, 어느새 나락들이 저렇게 여물었는지,, 별 다름없이 똑같이 보낸 시간들인데 그네들은 그렇게 열씨미 햇볕을 머금고 영글었나 봅니다..
2시간 쯤을 달린 끝에 드디어..저의 첫 산지견학..큰아이와의 첫 여행 그 곳 연꽃마을에 도착!!
구리빛 피부의 인상좋은 생산자님과 인사를 나눈 뒤 세 팀으로 도라지, 우엉, 고구마 밭으로 흩어져서 우리는 도라지밭으로~~
그동안 아이도 그렇지만 저 또한 비호감이던 도라지..
하지만 눈부신 옥토에 얌전히 누워있는 님은 그 아린 맛에 대한 기억은 어디로 가고, 산삼도 아닌 것이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 같기도 하고 ..감탄사 연발이었답니다..그리고 어디서 농부의 피가 흐르는지 쌓여가는 도라지 앞에 신이 나서 주말에 알바를 하러오니 어쩌니 하더니... 잠시 후..자세의 부자연스러움에 의한 허리쪽 근육의 경직...로맨티스트와 알바생은 어디로 가고 ,슬슬...
다음 우엉 밭에선 `커다란 순무`를 방불케하는.. 뿌리를 깊게 내린 우엉을 캐느라 엉덩방아를 찍어도 수확의 기쁨에 땅의 *침 정도는 참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점심시간입니다.
메뉴는 연밥, 맑은 된장국, 우엉 연근조림,,
곱개싸인 연잎안에 앉은 반짝반짝 찰밥..구수한 된장국, 말이 필요없는 연근조림..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게 먹었습니다..
원기충전한 우리는 이제 연밭으로 향합니다.
연근은 캐기가 힘들어서 우리는 연잎따기로 했는데요 너무나 커버린 연앞에 우리는 묻혀버리고 말았답니다. 크고 보암직한 연잎을 따기 위해 헤매고 헤매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린 우리.. 그 장화신은 쌍둥이왕자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정우말대로 우리의 오지탐험은 언제 끝났을런지..
힘들게 탈출구를 나온 우리는 어렵게 사수한 이쁜 연잎에 안도하며 올라와보니..
오늘의 피날레~~ 연근 부침개가 막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각종 야채와 연근을 갈아 넣은 부침개를 연잎에 올려서 먹는 맛이란^^*
마지막으로 생산자님과 민망하게 웃긴? 단체사진을 남기고 돌아오면서 우리의 편리함뒤에 구리빛 피부로 검게 그을려가며 힘들게 외길을 가시는 생산자님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옅볼수 있었습니다..
삶이 곧 감사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 난세를 헤치며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용기는 안전하고 생명력 있는 먹거리를 내 가족에게 먹일 수 있다는
위안, 그 행복 때문일 것 입니다
그 행복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시는 생산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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