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회적 돌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생협안에서는 '두레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요. 고령화사회를 맞이하여 생협조합원들의 워커즈노동으로 대응했던 일본 생협의 실천사례를 번역한 좋은 자료가 있어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필독과 토론을 바랍니다.

 

 

 

1. 용기를 내어 전화하다 - 가사돌봄서비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저는 가사돌봄워커즈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청소와 세탁을 도와줄 수 없을까 하는 상담이었습니다. 몇 달 전 전단지를 통해 가사돌봄워커즈를 알게 되고나서 어떻게 할까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약간의 도움으로도 집안이 잘 돌아 가리라 생각했지만, 전단지에서 본 것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하는 것이 불안하기도 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수화기를 들고 몇 번이나 다이얼을 돌리다 말았는지. 저는 중증 요통으로 집안일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처지인데, 남편은 일에 바빠서 가사를 도와줄 수 없고, 딸은 대입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별로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좀 더 애쓰면 되겠지’ ‘남에게 집안을 보이고 싶지는 않아’ ‘성격이 안 맞는 사람이 올지도 모르잖아’ ‘아무리 부담 없는 금액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돈이 들잖아’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분이 상냥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저는 제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세요?”라고 묻기에, “아주 약간이라도 좋아요. 남편이나 딸이 알지 못하도록 청소와 빨래를 조금만 도와주시면 좋겠는데요” 했습니다.

이후 ‘워커’의 도움을 받아서 집안 살림을 해결하고 꽃꽂이까지 하는 여유도 갖게 되었습니다. 딸의 시험도 무사히 끝난 어느 날, 저는 남편과 딸에게 가사돌봄워커즈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두 사람 다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아무튼 집안이 부드럽게 잘 돌아간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 때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체통 속에서 전단지를 발견한 지 수 개월, 몇 번이나 전단지를 꺼내서 쳐다보고는 다시 책상 속에 넣었을까. 하지만 가족의 상황과 제 자신의 한계를 생각했을 때,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전화를 받아주신 분이 억지로 강권하지도 않고 사무적이지도 않게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하며 함께 고민해 주신 것이 신뢰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전화를 받아주신 분이 우리집 우체통에 전단지를 넣으신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이틀 동안 6백장의 전단지를 접었다고 합니다. “이 중에 몇 장만이라도 꼼꼼히 읽어주시는 분이 있겠지”하며 흘러내리는 땀도 괘념치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바로 그 전단지 한 장에 구원받은 셈이죠.

가나가와 현 후지사와 시 조합원 K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