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번은 들락거린 텃밭인데 아직도 '텃밭일기7' 이라니...근데 이 자유게시판엔 어째 '텃밭일기'로 도배질돼 있는걸까...살살 귀찮아지기도 하는데 더 뜸하니 쓸까...

 

 

6월11일 목요일 하늘이 넘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은 무~진장 세다

 

지난 주까지 풍성하던 밭이 조금씩 초라해지고 있다.시금치는 여전히 작은 잎에 더 누래졌고 근대도 계속 조막손이고 쑥갓까지 누런 빛을 띌 준비를 하고,고추도 10개중 절반은 아직도 모종 수준이고...그나마 감자하고 상추가 밭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집에 가서 밭에 무슨 영양을 줘야 할지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오늘은 마음먹고 시금치를 싹 다 뽑았다.그 자리에 '새동신유치원'에 부탁해서 받은 옥수수 모종 열개를 심었다.그리고 동연이가 집에서 심어 키운 옥수수 모종도 상추 밭 빈터에 심었다.이건 동연이한테 정말 좋은 공부가 되겠다.기분좋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막대기를 찾아 고추밭 양쪽에 꽂고 가져간 줄로 고추를 한줄로 고정시켰다.제대로 잡초를 뽑아준 적이 없어 오늘은 마음먹고 고추밭에서 감자밭까지 싸악 잡초를 뽑았다.초라하던 밭이 이제 다시 풍성해져 보인다.이제부터 옥수수야 쑥쑥 커다오...널 믿는다.

 

 

그저께는 성당 소공동체모임 끝나고 광교산입구 보리밥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자매님들 말이"여기까지 와서  가타리나 밭을 안보고 갈 수 없지 어디야?" 한다.웬지 우리집 살림을 보여주는듯 몹시 신경쓰이고 쑥스럽다.

"이거 장난이네!! 가타리나가 장난 좀 치네." 호호호.깔깔깔...

난 장난 아닌데...어디 이렇게 큰 장난감 봤나? 상추.쑥갓 뜯어 가시라 하니 잡초까지 뽑아 주신다.살짝 상한 속이 다시 회복될라 한다.

손바닥만한 밭을 아낙네 대여섯이 들쑤시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소란스러운 와중에 그만 내 커다란 엉당이가 안그래도 잘 안자라 애틋하게 보고 있던 고추하나를 똑 분질르고 말았다.다른 사람들은 어쩌나 하고 마는데 나는 정말이지 너무 속상하다.너무 너무 속상하다.

내려오는데 계속 울적하다.어떤 기분이랄까...음...일년에 한번 있는 친정식구 모임에 갔다가 애들 챙기다가 아님,올케들과 주방에 붙어 수다떨며 일만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정 엄마랑 제대로  얘기 한번 나누지 못하고 경황없이 헤어져 돌아올때 느껴지는, 아무한테도 위로받을 수 없는 슬프고 허전한 그런 기분...다음부터는 무조건 나 혼자 와야지!

 

 

세시간도 더 쪼그리고 일했나보다.동연이 돌아올 시간이 급해 텃밭 패션으로 곧장 애를 받았는데 헉! 오늘따라 서현.태영 모친은 모두 선글라스 끼고 뉴욕.파리 패션이다.이건 비교가 돼도 너무 극적이다.오늘따라 더 흙투성인지라 동연이한테 이만저만 미안한게 아니다.안그래도 좀 늙은 엄만데.흑~